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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NocutView] 공기업 개혁진단 ② "공기업 실패의 또 다른 원인은?"

2019-11-04 0 Dailymotion

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 공공기관 직원들은 지난해 9월 난데없는 뮤지컬을 단체 관람했다. 기관장 A씨의 아들이 출연한 공연이었다. <br /><br />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"아들이 출연한 공연을 직원이 단체로 관람했다. 이후 기관장의 배임 의혹 등에 대해 (국민권익위원회에) 진정이 접수돼 중기청 감사실에서 감사를 벌였다"고 전했다. <br /><br />A씨는 평소 직원들에게 "머리에 든 것이 없냐", "네 머릿속에는 콘크리트 밖에 없냐"는 등 자질이 의심스런 언행을 일삼았고, 기관에서 사용하는 물품 등을 가족과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구입하는 등 정실 경영을 되풀이하기도 했다. <br /><br />중기청 감사 결과 이 같은 비위 사실 등이 확인됐고, 이후 A씨는 수억 원의 기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지난해 10월 옷을 벗었다. A씨는 2012년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상태였다.<br /><br />◈ 간부들 자아 비판케 하는가 하면 보고서에 "귀신 씻나락 까는 소리" 막말도<br /><br />지난달까지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낙하산 이사장을 지낸 B씨 역시 재임기간 '무용담'을 적지 않게 남긴 최고경영자(CEO)다. <br /><br />B씨가 이사장에 취임한지 100일만 인 지난 2011년 11월, 그는 직원 전원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간부 20여명에게 단상에 올라가 북한식 자아비판을 하도록 했다.<br /><br />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"한쪽 끝에서부터 마이크를 잡고 '저는 이런 업무를 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해서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 잘못했습니다' 자아비판하게 만들었다"며 "잘못이 있으면 인사위원회에서 해야지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자아비판을 하도록 한 것은 문제"라고 지적했다.<br /><br />항공 물류 전문가로 철도시설 업무에는 어두운 B씨는 같은 달 기술본부에서 제출한 '2012년도 업무 추친계획서' 겉장에 자필로 "귀신 씻나락 까는 소리 그만하고, 어떻게 해서 목표 달성을 하겠는지 설명하세요"라고 자필로 적어 돌려보내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. <br /><br />그런가 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구설수에 올랐다.<br /><br />해당 기관 관계자는 "임기가 3년 인데 기관 파악하는데 1년, 행사 쫓아다니는데 1년을 보내고 남은 1년은 자기 임기가 끝난 뒤 갈 자리를 생각하는데 보내다 보니 실질적인 정책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"고 전했다. <br /><br />설령 업무에 정통한 인사가 오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. 오히려 전문성을 무기삼아 정권의 홍위병으로 변신하기 일쑤다. <br /><br />철도 민영화 논란의 당사자인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대표적이다. 최 사장은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시절엔 고속철도 민간개방은 국익에 역행한다며 반대했지만 낙하산 사장으로 온 뒤엔 수서발 KTX법인 설립에 앞장섰다. <br /><br />◈ 기관장 자리 징검다리 삼는 낙하산 근절 없이 공공기관 개혁 요원<br /><br />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연구위원은 "똑같이 철도 전문가라고 하지만 철도전문가에 회사 측 의견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고 비판적인 전문가가 있을 수 있는데 인사권자가 자신과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뽑기 마련"이라며 "(공공기관 임직원이 선임될 수 있는 전문)영역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해당 영역에 있는 누구를 선임하느냐"라고 지적했다. <br /><br />낙하산의 거취는 인사권자에게 달려있다 보니 정부 시책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거나 아니면 자신의 자리를 징검다리 삼기 위해 단기 성과에만 연연하게 된다는 것이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. <br /><br />국토교통부 산하 한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"기관에 취임한 뒤 기관에 대한 잠깐의 설명만을 듣고 자신이 이해한 선에서만 사업을 진행한다"며 "정부에서는 예산절감을 계속 요구하는데 꼭 필요한 예산이나 사업도 자신의 잣대로 칼질하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"고 전했다. <br /><br />낙하산은 위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위(인사권자)를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.<br /><br />공공기관 경영진이 위만 바라보는 구조를 깨는 것이 공공기관 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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